"퀸 빅토리아가 ‘왕실 먹방러?"
– 감자와 디저트, 그리고 빠른 식사 속도의 비밀
이전에 한 입에 700번을 씹은 오래씹기의 끝판왕, '호레이스 플레처'를 소개해 드린 적 있죠?
이번엔 정 반대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먹방’ 영상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방러들처럼 음식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주변을 당황하게 만든 인물이 있습니다.
그것도 19세기 영국 왕실에서 말이죠.
바로 대영제국의 상징,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1819~1901)입니다.
그녀는 한 끼 식사를 호로록 끝낸다 하여,
그녀의 식사를 ‘호로록(the gobble)’이라 부를 정도로 유명했고,
그 결과 만찬에 초대된 귀족들이 코스 절반도 못 먹은 채 포크를 내려놔야 했죠.
하지만 이 ‘빨리 먹는 여왕’은 또 다른 모습에서도 독특했습니다.
감자를 사랑하고, 달콤한 케이크와 타르트를 즐기며,
8~10코스의 화려한 식탁을 매일 누렸던 미식가였던 것이죠.
오늘은 빅토리아 시대의 권위와 개인 취향이 절묘하게 섞인,
여왕의 식탁 속 건강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 빠른 식사 속도와 왕실의 ‘호로록’ 문화
빅토리아 여왕의 식사 습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 속도입니다.
왕실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일곱 코스 만찬을 단 30분 만에 마친 적도 있었고,
그녀가 포크를 내려놓는 순간, 시중드는 하인들은 모든 접시를 치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초대받은 귀족과 손님들은 코스 절반도 못 먹고 배가 덜 찬 채로 자리를 떠야 했죠.
이 때문에 궁정 사람들은 그녀의 식사 방식을 ‘the gobble(호로록)’이라 불렀습니다.
그 속도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켄싱턴 시스템’이라 불리는 엄격한 생활 규칙 아래,
제한된 메뉴와 빠른 식사 습관이 몸에 배었고,
성인이 된 후에도 그 리듬이 유지된 겁니다.
게다가 여왕은 더위를 많이 타서,
식사 시간에는 모든 창문을 열어놓았는데
찬 공기 속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싫어했기에 빨리 먹게 됐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왕실 예절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만찬의 리듬은 전적으로 여왕의 속도에 맞춰졌고,
느긋한 식사를 즐기던 프랑스·이탈리아 귀족들은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여왕의 식탁은 ‘빨리 먹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죠.
🥔 감자와 디저트, 여왕의 에너지 원천이자 건강 변수
빅토리아 여왕은 평생 감자 덕후였습니다.
독일식 감자 수프 카르토펠수페(Kartoffelsuppe), 버터에 구운 감자, 으깬 감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감자가 매일 그녀의 식탁에 올랐습니다.
감자는 영양가가 높고 포만감이 오래 가지만,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 과다 섭취 시 체중 증가의 위험도 큽니다.
게다가 여왕은 디저트 애호가로도 유명했습니다.
빅토리아 스펀지 케이크, 크랜베리 타르트에 크림, 초콜릿 스펀지, 각종 쿠키와 프랄린…
당시 기록을 보면,
하루 식단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았고,
특히 남편 알버트 왕자의 사망 이후에는
음식에서 위안을 찾으며 달콤한 디저트 섭취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탄수화물·고당분 식단은 여왕의 체중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60대 이후 여왕의 BMI는 현대 기준으로 ‘비만’에 해당했고,
궁중 의사들은 고칼로리 식사를 줄이길 권했지만,
여왕의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현대 영양학적으로 보면,
그녀의 식습관은 당분 과다 + 탄수화물 비중 과잉의 전형적인 고혈당 위험 식단이었죠.
그럼에도 왕실 의사들의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심각한 대사질환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체중 증가는 관절과 활동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됐습니다.
👑 비만과 노년기 건강, 여왕의 말년을 지배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60대에 접어들며 체중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공식 기록은 BMI 32 이상으로,
현대 기준에서는 중등도 비만에 해당합니다.
체중 증가는 곧 관절 통증, 활동성 저하로 이어졌고,
말년에는 보행이 불편해 지팡이나 의자에 의존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의료 기록에 따르면 여왕은 복부 탈장 증상을 비밀리에 관리했고,
다리 부종과 만성 피로감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당뇨병, 심장질환 같은 심각한 대사성 질환 진단은 받지 않았으며,
이는 규칙적인 식사 리듬과 왕실 의사들의 철저한 건강 관리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01년 1월, 빅토리아 여왕은 81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공식 사인은 뇌출혈과 노쇠였지만,
의사들은 장기간의 비만과 운동 부족이 혈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특히, 과도한 체중과 낮은 활동성은 말년의 혈액순환 저하와 근육 약화를 가속화했을 것입니다.
결국 그녀의 식습관은 어린 시절 결핍을 채우는 즐거움이었지만,
말년에는 신체적 제약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본 빅토리아 여왕의 식습관
빅토리아 여왕의 식습관을 오늘날 영양학과 생활습관 의학 관점에서 해석하면,
그녀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① 규칙적인 식사 리듬 – 장점
여왕은 하루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고,
코스 요리도 일정한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규칙적인 식사 시간은
혈당 조절과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불규칙하게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하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비교할 때 분명한 강점이었습니다.
② 빠른 식사 속도 – 단점
여왕의 ‘the gobble’ 습관은 포만감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 전에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빠른 식사는 소화 부담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체중 증가와 위장 질환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분명한 건강 리스크입니다.
③ 고탄수화물·고당분 식단 – 단점
감자와 디저트를 즐기는 식단은 에너지 공급에는 좋았지만,
혈당 스파이크와 체중 증가를 유발하기 쉬웠습니다.
특히 노년기에는 활동량이 줄어드는 만큼 탄수화물·당분 비중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왕은 이를 크게 줄이지 않았습니다.
④ 기호식품 관리 – 중립
여왕은 와인, 위스키, 뮬드 와인을 즐겼지만
폭음 기록은 없었습니다.
음주량이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기호품을 즐긴 것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사례는 ‘규칙성’과 ‘즐거움’이 식사의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식사의 속도와 영양 균형을 놓치면,
즐거움이 건강 부담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합니다.
🧾 오늘의 인사이트: “빨리 먹는 즐거움보다 오래 누리는 건강을 택하라.”
빅토리아 여왕의 식탁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었습니다.
규칙적이고 정성스러운 코스 요리,
그리고 감자와 디저트로 채워진 풍성한 즐거움.
하지만 빠른 식사 속도와 고탄수화물·고당분 식단은
결국 체중 증가와 말년의 신체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사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식사의 즐거움은 필요하지만,
그 즐거움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규칙적인 식사 리듬과 식사의 만족감은 그대로 살리되,
속도와 영양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장수와 건강의 핵심입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혹시 너무 빠르게 먹고 있진 않나요?
요즘 유행하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마음챙김 먹기, 의식적으로 먹기로 음식의 색, 냄새, 맛, 질감을 음미하며 먹는 습관)'을 따라하며
트렌드도 따라 여유로운 식사로 건강까지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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