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인물사

애거사 크리스티의 창작 리츄얼 라이프

건강리포터 2025. 8. 5. 06:00

“애거사 크리스티의 식탁엔 늘 단서가 있었다?!”

소설 속 ‘위험한 음식’과 현실 속 ‘소박한 식사’의 기묘한 교차

범죄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09.15~1976.01.12),
그녀는 독살과 식탁 예절, 홍차와 잼 토스트를 같은 문장 안에 넣을 줄 아는 작가였습니다.
소설 속 범인은 흔히 ‘아침식사’나 ‘티타임’ 중에 단서를 흘렸고,
그 식탁은 언제나 조용히 살인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수많은 ‘위험한 음식’을 창조한 크리스티 본인의 식단은 어땠을까요?

대답은 의외로 ‘사과 한 알과 따뜻한 차 한 잔’입니다.
화려한 다이어트도, 셰프의 요리도 없었죠.
그녀는 소박한 음식, 정적인 일상, 규칙적인 글쓰기
(요즘 유행하는) 자기만의 '리츄얼 라이프'로 삼았습니다.

범죄보다 위장을 더 조심한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식탁을 지금 만나보시죠.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박한 식사

🥗 크리스티는 왜 단순한 음식을 사랑했을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식습관은 생각보다 매우 단조롭습니다.
빵, 사과, 따뜻한 차, 그리고 락케이크(Rock cake) 같은 영국식 전통 간식.
그녀는 자서전에서 “칵테일 파티, 술, 굴, 오렌지 마멀레이드, 뜨거운 우유 같은 건 질색이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 식탁도 평범했습니다.
크림을 듬뿍 얹은 디저트, 체리 파이, 토스트에 발라 먹는 잼 등,
요즘 말로 하면 ‘할머니 집에서 먹는 옛날 음식’ 같은 것들이죠.

이러한 식습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그녀가 삶에서 가장 중시한 “안정감”과 “질서”의 연장이었습니다.
혼란과 충격으로 가득했던 1926년의 실종 사건 이후,
크리스티는 더욱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했고,
정해진 시간에 먹는 단순한 식사는 그녀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도구였죠.

또한 그녀는 군중과 소란을 싫어하고,
음식 앞에서도 ‘세련됨’보다는 ‘익숙함’을 택했습니다.
새로운 미식보다 ‘오늘도 같은 방식으로 먹는’ 그 일상이
그녀의 창작력과 감정 건강을 지탱해 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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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애거사 크리스티 실종사건

애거사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 그녀가 1926년 12월 3일 저녁 갑자기 집을 나선 후 11일간 연락 두절되었던 사건을 의미합니다. 그녀의 실종은 당시 영국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수백 명의 경찰이 동원되었습니다. 실종 원인은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그녀의 결혼 생활과 함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트릭 논란이 겹치면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었습니다.

 

🍽️ 음식은 ‘독’이 되기도 한다 – 작품 속 식탁과 식중독의 경계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유난히 ‘음식’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음식은 종종 살인의 도구가 되죠.

빅토리아풍 차세트 옆에 놓인 머핀,
티타임에 마신 미지근한 우유 한 잔,
저녁 식탁 위에 놓인 와인 한 병.
이 모든 게 그녀의 작품에선 ‘범죄의 서막’이 됩니다.

크리스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와 약제사로 일하며
수천 건의 약 조제, 독극물 분류, 환자 케어를 경험했습니다.
이 실제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음식과 약의 경계,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 치명적인 위험에 대한 민감함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살인 수법 중 약 50% 이상이 독살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런 집요한 묘사엔 음식이 주는 위안과 공포라는 이중성이 깔려 있죠.

 

그녀가 묘사한 식사는 언제나 조용하고 평온합니다.
하지만 그 식탁 위엔 항상 의심스러운 눈빛,
모호한 기침소리, 미세한 긴장이 함께 있죠.

크리스티에게 음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사회 계층, 위험 신호까지 암시하는 장치였습니다.
이처럼 그녀의 작품 세계 속 ‘식사’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심리적, 화학적, 사회적 복합성이 녹아든 상징이었습니다.

 

🩺 마음이 아프면 위장도 아프다 – 크리스티의 몸과 정신 건강 이야기

애거사 크리스티는 생애 동안 수차례 심리적 위기를 겪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26년의 실종.
남편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이 겹쳐진 그 시기,
그녀는 열흘 넘게 사라졌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한 심리적 붕괴를 경험했죠.

그 이후로도 그녀는 종종 불안장애, 우울감, 위장 장애에 시달렸습니다.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이나 만성 소화불량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치료법은 매우 조용했습니다.
글쓰기, 산책, 정원 가꾸기,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루틴 유지.
특별한 식이요법은 없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단순한 음식을 먹는 것이 그녀에게는 일종의 치료였던 셈이죠.

크리스티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자극적인 음식은 철저히 피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취향일 수도 있지만,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몸이 예민할수록 마음도 쉽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할수록, 몸도 함께 아파오죠.
크리스티는 그 둘 사이의 연관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 글쓰기와 식사 루틴 – 창작과 건강을 지켜준 평범함의 힘

애거사 크리스티는 한 해에 몇 편 씩 소설을 발표하며,
평생 66편의 장편 소설과 150편 이상의 단편을 남겼습니다.
그 엄청난 창작력의 비결은 어쩌면 단순한 생활 루틴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 식사는 때로는 크림이 든 홍차 한 잔,
때로는 바삭한 록케이크와 사과 한 알이었죠.

 

이런 식사와 글쓰기의 반복은
그녀에게 ‘안전한 리듬’이자 ‘정서적 평온’의 원천이었습니다.
창작 활동이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자기 치유(self-care)의 수단이었던 거죠.

실제로 크리스티는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평온하다”고 말했으며,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더욱 집필에 몰입했습니다.
그녀에게 일상의 리듬, 식사의 규칙성은
몸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창의력을 위한 밑거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작가나 크리에이터들도 루틴을 넘어 ‘리츄얼(ritual, 의식적 루틴 행위)’의 중요성을 말하죠.
크리스티는 이미 100년 전부터
자기만의 건강한 리츄얼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던 셈입니다.

🧾 오늘의 인사이트: 창작도, 건강도 결국은 일상의 '리츄얼'에서 시작된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화려한 식단이나 극단적 건강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건강관리 비법은 ‘소박한 음식’, ‘정해진 시간의 식사’, ‘조용한 글쓰기’처럼
너무도 평범한 것들이었죠.

하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그녀를 수많은 위기와 불안 속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웠고,
결국 85세까지 왕성하게 창작하며 살아가게 만든 핵심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좋은 음식을 찾기 전에,
오늘 나의 식사와 감정, 일상의 리듬을 먼저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도, 창의력도 결국은 ‘지루할 만큼 꾸준한 일상’ 위에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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