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인물사

빅토리아판 미식 셀럽, 찰스 디킨스의 맛과 멋

건강리포터 2025. 8. 17. 06:30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찰스 디킨스의 화려한 식탁과 그 이면의 건강 이야기

작가도 먹어야 쓴다, 디킨스의 풀코스 인생 식탁

 

"죽 더 주세요"라던 올리버 트위스트의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
하지만 현실 속 디킨스는 죽이 아니라 굴 넣은 양고기 다리와 포트 네거스를 더 원했습니다.
어린 시절 빈곤과 굶주림을 겪었던 그는,

성공 후엔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푸드 셀럽’이자 미식가로 살았습니다.
거위 요리, 잼 푸딩, 치즈 토스트가 올라간 그의 식탁은 부와 여유,

그리고 작품 속 따뜻한 만찬 장면의 원천이었죠.
하지만 하루 수십 km 걷는 강박적 산책, 카페인에 의존한 집필, 강연 여행의 불규칙한 식사는 그의 몸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오늘, 우리는 문학 속 따뜻한 식사 장면 뒤에 숨은 ‘인간 디킨스’의 식탁과 건강 이야기를 파헤쳐 봅니다.

찰스 디킨스의 식단

 

✍️기록과 증언 속 디킨스의 식사와 생활

찰스 디킨스의 식습관은 그가 살던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식문화와, 그가 겪은 개인적 경험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빚으로 가난한 소년 노동자로 살았던 시절, 음식은 생존과 직결된 ‘귀한 것’이었죠.

성공 후 그는 그 갈망을 보상이라도 하듯 풍성한 식탁을 꾸렸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굴을 넣은 양고기 다리, 치즈 토스트, 로리 폴리 잼 푸딩, 구운 사과, 각종 감자 요리를 즐겼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세이지와 양파로 속을 채운 거위, 매시드 포테이토, 애플소스, 크리스마스 푸딩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탁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영국 전통 크리스마스 음식 문화를 대중화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디킨스는 식사 시간을 단순한 ‘먹는 시간’이 아닌 사교와 영감의 시간으로 여겼습니다.

저녁 파티를 열어 친구, 예술가, 정치인과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꽃피웠고,

그 경험은 작품 속 만찬 장면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이렇듯 그의 식탁은 미각을 위한 자리이자,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창작 무대였습니다.

 

🍖 미식가 디킨스의 식탁과 대표 메뉴

성공한 이후의 찰스 디킨스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미식가(gourmet)였습니다.
그의 식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부와 교양,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 무대였습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굴을 넣은 양고기 다리(leg of mutton stuffed with oysters)였습니다.
양고기의 풍미와 바다의 짭조름한 굴이 어우러진 이 요리는 당시 상류층에서도 특별한 날에만 즐길 수 있는 고급 메뉴였죠.

디킨스는 이를 사랑했고, 작품 속에도 종종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토스트 치즈와 녹인 치즈 요리, 로리 폴리 잼 푸딩, 랍스터 커틀릿, 토끼 카레, 마카로니, 커스터드, 다양한 감자 요리까지—그의 식탁은 풍성함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만찬은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 중 하나입니다.

세이지·양파로 속을 채운 거위, 매시드 포테이토, 애플소스, 크리스마스 푸딩《크리스마스 캐롤》 속 장면을 통해 대중화되었고, 오늘날까지 영국 전통 크리스마스 식탁의 표본이 됐습니다.

디킨스에게 음식은 미각의 즐거움이자, 사람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문화’였습니다.

 

🌄 규칙적인 루틴과 강박적 산책

디킨스의 하루는 놀라울 만큼 규칙적이었습니다.
아침 7시에 기상해 8시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집필실에서 단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이 5시간은 오직 창작을 위한 시간으로, 외부 약속이나 방문도 허락되지 않았죠.

오후에는 정반대의 모드로 전환됩니다.
그는 매일 3시간 이상, 길게는 20~30km를 걷는 장거리 산책가였습니다.

때로는 새벽 2시에 출발해 런던 외곽까지 걷고 돌아올 정도였죠.
이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작품 구상과 캐릭터 설정, 사회 관찰의 시간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본 사람과 풍경, 대화 조각들은 그의 소설에 생생하게 녹아들었습니다.

규칙적인 글쓰기와 강박적 산책은 체력과 창작력 유지에 도움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한 일정이었기에 말년 건강에는 부담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커피·차와 불규칙한 여행 식사

집필 시간 동안 디킨스가 가장 의존한 건 커피와 차였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이미 ‘티 타임’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고,

디킨스는 차뿐 아니라 커피도 즐겨 마셨습니다.
이는 긴 집필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장기간 과다 섭취는 말년에 소화기 질환과 불면증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행과 강연 투어가 시작되면 그의 식습관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국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을 오가며 강연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식사는 호텔식·기차식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기차 식당칸이나 호텔 식사는 빠르게 준비되고 한정된 메뉴로 제공돼,

평소 그가 즐기던 풍성한 빅토리아식 만찬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미국 여행 중에는 ‘식사가 빠르고 격식이 없다’며 현지 문화에 다소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그는 식사의 질과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처럼 커피·차 중심의 창작 생활과 여행 중의 불규칙한 식사는

화려했던 그의 식탁과는 또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 말년 건강과 사망

디킨스는 말년에 들어서면서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됐습니다.
오랜 기간의 과로, 강행군 같은 강연 일정,

그리고 강박적인 생활 습관이 겹치면서 소화기 질환불면증이 심해졌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서 신 피로와 창작 활동의 제한으로 이어졌죠.

1870년 6월, 그는 뇌졸중(중풍)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58세였습니다.
사인은 심혈관계 질환이었지만,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장기간의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카페인 과다 섭취, 그리고 지속적인 장거리 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규칙적인 루틴과 매일의 산책 습관은 어느 정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다만, 쉬어야 할 시기에 멈추지 못했던 완벽주의적 생활 방식이 결국 그의 몸을 한계까지 몰아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오늘의 인사이트: “따뜻한 식탁, 그리고 멈춤의 용기”

찰스 디킨스는 가난과 굶주림의 어린 시절을 지나,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미식가이자 이야기꾼으로 살았습니다.
그의 식탁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부와 교양, 사회적 연대, 그리고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었죠.
굴 넣은 양고기 다리, 잼 푸딩, 치즈 토스트… 이런 메뉴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디킨스의 삶은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줍니다.
규칙적인 루틴과 꾸준한 신체 활동은 건강을 지키는 힘이지만,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 그 힘은 오히려 몸을 갉아먹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강연 일정, 카페인 의존, 여행 중 불규칙한 식사는 그의 건강에 서서히 균열을 냈습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맛과 교류, 규칙적인 생활이 모두 중요하지만,

거기에 ‘쉬는 시간’이 더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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