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60알, 베토의 하루는 거기서 시작됐다?”
–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식탁에 숨겨진 강박과 위장병 이야기
하루아침, 커피 원두 60알을 정확히 세어 내려 마시고,
수프 한 그릇과 마카로니에 파르메산 치즈를 듬뿍 얹어 먹는 남자.
정신없이 바쁜 음악 천재의 식사치 고는 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집착, 위장병, 와인 중독, 납중독이라는 이름의
고통스러운 교향곡이 숨어 있었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2.17~1827.03.26).
우리가 아는 ‘합창’과 ‘운명’의 작곡가는,
실은 복통과 식욕 부진에 시달리며 죽기 직전까지도 삶은 달걀만 겨우 삼키던 환자였습니다.
그의 식탁은 단순했고 반복적이었지만,
바로 그 규칙성이 베토벤 음악의 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가 남긴 소나타가 아닌,
커피 향과 위장 통증 사이를 오간 식사의 역사를 따라가 봅니다.
☕ 식습관의 규칙성과 강박 – 커피 60알의 의미
“아침엔 커피. 단, 원두는 정확히 60알.”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매일 아침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아주 독특했습니다.
원두를 직접 세어가며 정확히 60알만 사용했죠.
하나라도 잘못 세면 처음부터 다시 셀 정도로 집요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기호가 아니었습니다.
베토벤은 모든 일상에서 강박적인 규칙성을 유지하려 했고,
그 질서 위에서 음악도, 식사도 작동했습니다.
커피는 단순히 ‘기상 후 음료’가 아닌
그의 창작을 여는 첫 박자였습니다.
그는 설탕이나 우유도 없이,
뜨겁고 진한 블랙 커피를 조용히 마신 뒤 작곡을 시작했죠.
한 동료는 그를 두고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커피는 그의 영감이었고, 원두 60알은 그의 리듬이었다.”
지금 우리가 ‘루틴’이라 부르는 이 습관은,
당시에는 다소 괴짜 같고 과도한 집착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 수프와 생선, 그리고 마카로니 – 소박한 식단의 이유
베토벤의 식탁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고급 고기나 과한 요리는 없었고,
그가 즐겨 먹은 건 늘 수프, 생선, 빵, 마카로니와 치즈 같은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들이었죠.
특히 마카로니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듬뿍 뿌려 먹는 것을 좋아했고,
도나우 강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을 구워 먹거나 삶아 먹는 걸 즐겼습니다.
고기보다는 생선, 무거운 식사보다는 가볍고 소화 잘 되는 메뉴를 선호했죠.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는 평생 위장병을 앓았기 때문입니다.
복통, 설사, 소화불량은 그의 일상이었고,
지독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 속에서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할 적 같은 존재였죠.
그의 식사는 그런 몸 상태에 맞춘 일종의 ‘의학적 루틴’이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만, 소화시킬 수 있는 것만—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음악적 격정에 비해
식탁은 늘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그 속엔 몸을 유지하고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절제와 필요가 담겨 있었습니다.
🍷 와인과 납중독 – 죽음을 부른 식사 습관
베토벤의 식탁엔 늘 와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 한 병 이상의 와인을 즐겼고,
말년 병상에서도 “리슬링 와인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늦었군…”이라고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그에게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달래주는 위안,
때론 영감의 도구였고,
친구들과 나누는 교감의 매개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마신 와인에는 납이 섞여 있었다는 것.
18~19세기 유럽의 저가 와인에는
보존성과 단맛을 위해 '납 설탕(아세트산납)'을 첨가하곤 했습니다.
베토벤이 마신 와인 역시 이런 와인이었고,
실제 사후에 분석된 그의 머리카락과 두개골에서는
정상인의 100배에 가까운 납 수치가 검출됐습니다.
납중독은
- 만성 복통
- 위장장애
- 신경계 이상
- 황달과 간 손상
- 난청과 정신 증상까지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성 질환입니다.
즉, 베토벤의 평생 고통이 단순한 체질이나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식탁 위에 올랐던 와인 한 잔에서 비롯된 중독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천재성과 위대함을 유지하게 해 준 와인이
결국 그를 서서히 무너뜨린 독이었을 수도 있는 거죠.
🥚 식욕을 잃은 말년 – 삶은 달걀 하나의 무게
말년의 베토벤은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황달, 복부 팽만, 반복되는 위장 통증,
그리고 무엇보다 끝없는 피로와 식욕 부진.
그의 식사는 삶은 달걀 하나, 수프 몇 숟갈,
그마저도 넘기기 힘들 때가 많았고,
대부분은 그대로 남기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먹는다는 행위조차 고통이 되던 시기,
그가 붙잡고 있던 건 단 하나,
음악이었죠.
하지만 그의 식탁은 여전히 정갈하게 차려졌고,
그 위엔 언제나 조용히 놓여 있는 삶은 달걀 하나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그러나 모든 걸 말해주는 한 끼.
“나는 더는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써야 할 악보는 남아 있다.”
그는 그렇게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마지막 교향곡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 식사의 질서, 음악의 질서 – 베토벤 식습관의 의미
60알의 커피 원두,
매일 똑같은 수프와 빵,
마카로니엔 반드시 파르메산 치즈를 얹고,
생선은 삶거나 구워 소박하게.
그의 식탁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었지만,
그 안엔 질서와 통제, 집중과 리듬이 담겨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일상에서 만들어낸 이 엄격한 식사 루틴 위에
‘운명교향곡’, ‘월광 소나타’, ‘합창 교향곡’ 같은 불멸의 작품을 얹었죠.
그의 식사는 예술처럼 계산되어 있었고,
음악은 식사처럼 반복되어 완성됐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태도,
식사의 타이밍과 방식,
와인의 한 모금까지도…
그 모든 것이 작곡가로서의 리듬과 균형감각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베토벤의 식탁은
그의 음악처럼 조용하지만 치밀한 미학의 공간이었고,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존엄이자
예술가가 선택한 유일한 생존의 구조였는지도 모릅니다.
🧾 오늘의 인사이트: 규칙과 집착 사이, 식탁 위에서 버텨낸 천재
그의 식사는 단순하고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무너져가는 몸을 버티기 위한 의지,
그리고 혼돈 속에서 리듬을 찾으려는 천재의 강박이 숨어 있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식사는 어떤가요?
혹시 너무 당연하게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있지는 않나요?
프리다 칼로가 그랬듯,
베토벤 역시 먹는다는 행위조차 간절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당신이 오늘도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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