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감하게, 식사는 미니멀하게!
– 치즈 토스트와 차로 채운 영국 문학 거장의 식탁
SNS 속 작가 이미지를 떠올리면, 커피 옆에 각종 케이크와 마카롱 등을 두고 글 쓰는 낭만적인 모습이 먼저 그려집니다.
하지만 19세기 초 영국의 대표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은 달랐습니다.
그녀의 식탁에는 화려한 과시용 디저트 대신 적당한 건강 식단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렸죠.
빵과 버터, 고기, 차, 그리고 좋아하던 치즈 토스트—과하지 않게 즐기고, 음식에 감정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것이 그녀만의 원칙이었습니다.
심지어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이런 건강하고 절제된 식습관을 자연스럽게 반영했죠.
오늘은 영국 문학의 거장이자 ‘중용의 식탁’을 실천한 제인 오스틴의 하루 식사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 빵, 버터, 그리고 치즈 토스트 – 제인 오스틴의 일상 식탁
제인 오스틴의 식습관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영국 레지던시(Regency) 시대 상류 중산층 가정의 전형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그녀만의 절제 철학이 녹아 있었죠.
아침 식사는 보통 빵과 버터, 머핀, 차로 간단하게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치즈 토스트를 곁들이기도 했는데,
여기에 강판에 간 체다 치즈, 계란, 겨자를 섞어 부드럽고 풍미 있는 토핑을 얹어 구웠습니다.
당시 함께 살던 마사 로이드(Martha Lloyd)가 기록한 가정 요리책에도 이 레시피가 남아 있습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에는 스테이크, 닭고기, 삶은 가금류 등 고기 요리가 등장했지만,
그녀는 과식하지 않고 ‘적당히’ 먹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디저트로는 당대 인기였던 Bath buns(배스 번), 파운드 케이크, 과일 케이크를 즐겼고,
차나 커피, 때로는 가벼운 와인을 곁들였습니다.
그녀는 식사를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와 예절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가족이나 이웃과 차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그녀의 생활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 절제의 식탁이 만든 건강 기반
제인 오스틴의 식습관은 ‘중용’과 ‘절제’를 중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빵, 버터, 고기, 차, 디저트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했지만,
과식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집착은 철저히 피했습니다.
이 덕분에 영양 불균형이나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위험이 낮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매일의 주식이었던 빵과 버터, 치즈 토스트는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기본 에너지원이었고,
고기 요리는 철분과 단백질을 보충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과일과 디저트가 소량 포함되면서,
당시 영양학 기준으로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식단이었습니다.
그녀가 강조한 “음식에 감정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태도”는 현대 심리영양학에서도 건강한 식사 습관의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감정적 폭식이나 무절제한 다이어트 없이,
생활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먹는 방식이 신체적 안정과 정신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죠.
다만, 오스틴의 시대에는 신선 채소나 과일 섭취가 계절과 저장 상태에 따라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비타민 결핍 가능성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절제된 섭취 패턴은 전반적으로 체중과 소화 건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 건강과 죽음 – 절제된 식습관 속에서도 피할 수 없었던 병
제인 오스틴은 젊은 시절까지 비교적 건강했지만, 40세 무렵부터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증상은 극심한 피로, 체중 감소, 발열, 피부 색 변화 등이었고,
말기에는 글쓰기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습니다.
사인은 당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현대 의학 연구에서는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이나 애디슨병(Addison’s disease)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 질환들은 당시 의료 기술로 치료가 불가능했고, 식습관만으로는 진행을 막을 수 없는 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절제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은 병세가 악화되기 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건강을 유지하게 한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식이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합병증이 없었기 때문에, 말년까지도 일정 부분 집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죠.
1817년 7월 18일, 그녀는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죽음은 질병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녀의 식습관은 평생에 걸쳐 건강과 생활 균형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었음은 분명합니다.
🩺 현대적 분석 – 절제와 균형의 선구자
현대 영양학과 웰빙 트렌드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균형(Balance)과 절제(Moderation)입니다.
제인 오스틴이 200년 전 이미 실천했던 식습관이 바로 이것이죠.
- 균형 잡힌 영양
그녀의 식탁에는 곡물, 유제품, 단백질, 과일·디저트가 적절히 포함되었습니다.
현대 기준에서 채소 섭취가 다소 부족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의 기본 비율은 균형적이었습니다. - 감정과 음식의 건강한 거리두기
오스틴은 음식에 지나친 집착이나 감정적 의존을 경계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감정 조절을 음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필요와 즐거움 사이의 경계를 지킨 것이죠. - 생활 전반의 건강 관점
그녀는 식습관만이 아니라 신선한 공기, 햇볕, 산책과 같은 생활 습관 전체를 건강의 일부로 보았습니다.
현대 웰빙에서도 ‘식단+활동+정신건강’의 통합적 관리가 강조되니,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선 시각입니다.
결국 제인 오스틴의 식습관은 단순히 ‘무엇을 먹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직결돼 있었습니다.
균형과 절제를 생활화한 그녀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될 만한 건강 지침입니다.
🧾 오늘의 인사이트: 문장처럼 담백했던 식탁
제인 오스틴의 식탁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빵과 버터, 치즈 토스트, 차, 고기, 그리고 소박한 디저트—그녀가 선택한 음식들은 모두 절제와 균형이라는 원칙 안에 있었습니다.
이 식습관은 그녀의 건강을 오래 지탱해 준 기반이었고,
작품 속 인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음식에 감정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필요와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건강 지침입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배를 채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진 않나요?
아니면 삶의 균형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나요?
제인 오스틴처럼, 문장만큼이나 식탁도 담백하고 품위 있게 꾸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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