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밥상 위에 소고기 대신 올라간 최종 ‘食’기!
- 조선 수군의 체력을 지탱한 한 끼의 기록
거친 파도 위에서 나라를 지킨 조선 수군의 지휘관, 이순신.
그런데 그 전설적인 장군의 전투력, 혹시 ‘밥상’에서 나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선시대 양반가에선 소고기가 최고의 보양식이었지만,
수군을 이끌던 이순신에겐 바다가 바로 슈퍼마켓이자 냉장고였습니다.
말 그대로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났죠.
그리고 그 중심엔 『난중일기』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단 하나의 생선이 있었습니다.
말리고, 구워 먹고, 곡식과 맞바꾸고, 기름까지 짜낸 그것.
조선 수군의 생존을 책임진 바로 그 식재료,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청어 수십여 마리를 잡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라.” – 『난중일기』 1592년 11월 21일(음력)
⚓ 위장병을 앓던 장군의 소박한 밥상
이순신 장군은 ‘광란(狂亂)’이라 불리는 위장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중일기』에는 장군이 건강에 어려움을 겪으며 죽을 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죠.
“식불하(食不下)로 죽을 먹다.” – 『난중일기』 1593년 5월 5일(음력)
『난중일기』를 살펴보면 이순신의 식단은 소박하지만 전략적이었습니다.
평소 식사는 죽, 좁쌀밥, 연포탕(두부국) 같은 부드러운 음식이었고,
무김치나 간단한 나물 반찬을 곁들이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에 수군 지휘관 답게 해산물과 발효음식을 즐겼으며,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실전형 밥상’이었죠.
건강 상태에 맞춘 지혜로운 식단인 셈이죠.
🐟 조선 수군의 주식, ‘청어’
병사들은 장군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식사를 해야 했습니다.
전투 중에는 취사도 어렵고, 보관도 쉬운 식량이 필요했어요.
그때 가장 많이 등장한 식량이 바로 청어였습니다.
『난중일기』 곳곳에는 청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남해안 일대에선 청어가 풍부하게 잡혔고, 전투 중인 병사들에게는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죠.
“청어를 곡식과 바꾸어 군량을 마련하였다.” – 『난중일기』 1595년 12월 4일(음력)
“청어가 풍년이라 수백 마리를 어획하여 군량으로 삼았다.” – 『난중일기』 1593년 12월 15일(음력)
청어는 말려서 저장하거나, 회나 구이로도 먹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육지에서 소금이나 쌀과 맞바꾸며 군량을 충당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요.
이순신의 병사들이 전쟁 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청어였던 셈입니다.
❄ 소빙하기와 청어 풍년
16세기 말은 기후적으로 ‘소빙하기’ 시기였습니다.
평균기온이 떨어지면서 차가운 해류를 좋아하는 한해성 어종인 청어가 한반도 연안에 자주 출몰했어요.
이런 배경 덕분에 청어는 남해와 서해에서 대량으로 잡혔고, 이순신 장군은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지역 어민과 협력해 청어를 확보하고, 수군의 식량 기반으로 삼은 것이죠.
청어가 제철일 때 집중적으로 말려두고, 부족한 시기에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청어 젓갈을 담가 두었음.” – 『난중일기』 1594년 12월 20일(음력)
🍽 청어, 알고 보면 영양 만점 생선
청어는 영양 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식재료였습니다.
병사들의 체력 유지에 꼭 필요한 여러 영양소가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 근육 유지와 체력 보강에 효과적이죠.
✔️오메가-3 지방산: 혈관 건강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비타민 D: 햇빛을 자주 못 보는 수군에게 뼈 건강 유지에 유익했을 것입니다.
✔️비타민 B12 & 철분: 빈혈 예방과 에너지 생성에 관여합니다.
특히 청어기름은 등잔불이나 조리용 연료로도 활용됐다는 지역 기록이 있습니다.
청어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선, 다용도 자원이었던 셈이죠.
“오늘은 청어로 식사를 하였더라.” – 『난중일기』 1593년 1월 10일(음력)
🤝 청어에 담긴 애민 정신
『난중일기』에는 전투 중 병사들에게 죽을 나눠준 장면도 등장합니다.
“졸중(卒衆) 병약자에게 죽을 끓여 나눠주다.” – 『난중일기』 1594년 1월 14일
이순신 장군은 백성의 곡식을 뺏지 않고, 어획한 청어를 활용해 군량을 충당하려 애썼습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장군 스스로 같은 식사를 했으며, 전투 후에는 청어죽(석화죽)을 함께 먹었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청어가 겨울 군량을 든든히 하니, 병사들의 힘이 되도다.” – 『난중일기』 1594년 11월 30일(음력)
“청어 없이는 병참이 어려우니, 이를 반드시 확보하여야 하며.” – 『난중일기』 1595년 1월 14일(음력)
청어 한 마리에도 백성을 향한 장군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애민 정신 아닐까요?
🧾 오늘의 인사이트: '흔하지만 강한 것'
청어는 값비싼 고급 식재료는 아니었습니다.
조선 수군의 식탁에 자주 올랐던,
그야말로 가장 흔하고 소박한 생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고, 영양이 풍부하며, 전투 중에도 조리가 간편한 ‘실속형 식재료’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식단은 단순한 생존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전략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식탁에서도, 때로는 값비싼 음식보다도
몸을 제대로 지켜주는 ‘청어 같은 한 끼’가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서 지나치고 있는 것들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답일지도 모릅니다.
비교하지 않고, 뻔하다고 무시하지 않고,
내 일상 속 ‘청어’를 찾는 것
그것이 이순신의 식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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