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마음과 식단으로 건강을 지킨 사나이”
– 스트레스는 참아 넘기고, 마는 꼭 챙겨 먹은 조선의 철학자
밥을 제대로 못 먹을 때면 속이 쓰리고,
마음이 어지러울 땐 괜히 말수가 줄어든다.
지금 이 문장을 고개 끄덕이며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16세기 조선의 철학자 퇴계 이황(李滉, 1501~1570)과 통하는 감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를 ‘성리학의 거장’으로만 기억하지만,
그의 숨겨진 면모는 허약한 체질을 극복하려 애쓰던 마음관리 실천가이자 식이요법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일생 동안 몸을 챙기기 위해
죽을 고르고, 야채를 가려 먹고, 마음을 삭이고, ‘참을 인(忍)’ 자를 삼켰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 끝에 남긴 한 문장이 있습니다.
“몸이 냉하여 식사를 줄이고, 마음이 흔들릴 때는 조용히 글을 읽는다.”
이제부터는, 철학보다 먼저 식단과 명상을 챙겼던 퇴계 이황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선천적 허약함과 불규칙한 청년기
이황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허약한 체질이었고, 나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남겼습니다.
20세 무렵엔 산중에서 『주역』을 공부하며 식사도, 수면도 제때 하지 못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몸은 더 약해졌고 위장이 자주 탈이 나고 허리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한의학 체질 기준에서 보면 그는 ‘태양인’,
즉 위와 간 기능이 약하고, 소화에 민감한 체질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황은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고사리와 가지, 표고버섯, 메밀 외엔 부담되어 먹지 않는다.”
– 『퇴계문집』 편지 중
이처럼 그는 체질에 맞는 음식만 선택해서 먹었고,
약재가 되는 식재료만을 식단에 포함시켰습니다.
🍲 식이요법과 마음공부의 결합
이황은 단순한 절제형 미식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음식보다 ‘마음 다스리기’를 더 중요하게 여겼죠.
그래서 말년에 집필한 책이 바로 『活人心方(활인심방)』, 즉 ‘사람을 살리는 마음의 처방’입니다.
이 책은 조선 왕실의 요청으로 정리되었으며,
명나라 주원장의 아들 주권의 『활인심』에 이황 자신의 건강철학을 더해 엮은 것입니다.
그 핵심은 단 하나.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 『활인심방』 서문 중
📌 『활인심방』에서 이황은 두 가지 핵심 처방을 제시합니다.
- 중화탕(中和湯): 이황이 선정한 30가지 덕목(예: 인, 의, 예, 지, 용, 절제 등)을 매일 실천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
- 화기환(火氣丸): 말없이 ‘참을 인(忍)’ 자를 마음에 새기며 분노와 스트레스를 넘기는 훈련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마음 챙김(mindfulness), 일일 긍정 습관 루틴, 스트레스 관리법을 조선식 언어로 정리한 웰니스 철학서라 할 수 있어요.
🌿 퇴계가 먹은 ‘8가지 보양식’과 그중 하나, ‘마’
『활인심방』의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보양음식 8선입니다.
이황이 소개한 보양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죽류 3종: 위장을 보호하면서도 영양을 흡수할 수 있게 돕는 음식
- 술류 3종: 지나치지 않게 섭취하면 피로 회복과 순환에 도움
- 마(산약): 비위 기능 강화 + 면역력 증진
- 건강한 차 1종: 스트레스 완화 + 기력 회복
그중에서도 퇴계가 특히 즐겨 먹었던 건 바로 마(산약)입니다.
그는 이를 죽(산서죽), 면(산서면), 차(서여주다)로 만들어 먹었고,
『활인심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산약은 신비로운 뿌리로서 비위의 기를 돕고, 오래 복용하면 정기를 잃지 않는다.”
마는 지금도 퇴계 종가에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는 건강 음료로 내려오고 있으며,
당뇨, 설사, 만성피로 등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지금 봐도 놀라운 퇴계의 일상 루틴
이황은 다음과 같은 일상을 실천했습니다.
- 매일 새벽 묵상과 독서
- 야식 금지 (공부는 하되 속 탈까 봐 절대 안 먹음)
- 야채 중심 식사
- 마음 다스림 일기
- ‘스트레스 받아도 침만 삼켜라’는 화기환 철학
이러한 루틴은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철학이 삶에 녹아든 웰빙 습관이었습니다.
그 결과, 허약한 체질에도 불구하고 무려 70세까지 장수(조선시대 평균수명 50~60대)할 수 있었습니다.
500년 전 조선에서 이는 꽤 놀라운 일이었죠.
🧾 오늘의 인사이트: “몸은 약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퇴계 이황은 체질적으로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했고,
몸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매일 공을 들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이황의 삶은 다음과 같은 조언을 줍니다:
- 소화가 안 된다면, 먹는 것부터 돌아보자
- 감정 조절은 가장 강력한 면역력이다
- 마음공부는 철학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황의 식탁은 단순한 건강관리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철학과 자기 돌봄이 만나는 조선판 웰니스 공간이었어요.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요?
속이 안 좋을 땐 음식을 줄이지만,
마음이 불편할 땐 그냥 넘겨버리진 않으셨나요?
퇴계 이황의 하루 루틴은 말해줍니다.
"건강은 곧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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