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시험 문제 하나.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세기는?" 정답은 14세기, 동그라미를 받았죠.
그런데 "흑사병은 언제 끝났나?"라는 문제가 나오면 정답 칸은 비워 둬야 해요.
흑사병 지금도 발생하는 병이거든요.
교과서가 마침표를 찍은 곳에 사실은 쉼표가 찍혀 있었던 거예요.
흑사병 지금도 발생, 끝난 적이 없는 병
숫자부터 볼게요.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로 2010~2015년 6년 동안 전 세계 3,248명이 페스트에 걸렸고 584명이 숨졌어요. 흑사병 지금도 발생한다는 증거로 충분하죠. 해마다 500명 넘는 사람이 '중세의 병'을 앓은 셈이에요.

흑사병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숨어 있어요. 야생 설치류 사이에서 조용히 돌다가, 사람과 마주치는 순간 다시 이름을 드러내요.
이번 달 러시아 이르쿠츠크 의심 사고도, 올여름 몽골 서부의 의심 환자도 같은 줄기에 있어요.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시대 뉴스예요.
💡 러시아 사고부터 다시 보고 싶다면 → 흑사병이 뉴스에? 역사책 속 페스트, 지금도 있는 병일까 보기
왜 '중세 병'으로 알려졌을까
교과서가 14세기만 크게 다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인류는 페스트 대유행을 세 번 겪었어요.¹⁾
- 1차: 6세기, 지중해 세계를 덮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 2차: 14세기 흑사병에서 시작해 수백 년간 반복된 유행
- 3차: 19세기 말 중국에서 시작해 배를 타고 전 세계 항구로 퍼진 유행

흑사병 3차 대유행 때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어요. 1894년 홍콩에서 스위스 출신 의사 알렉상드르 예르생이 처음으로 페스트균을 찾아냈고, 균 이름 예르시니아(Yersinia)도 그의 이름에서 왔어요. 수천 년 동안 정체를 숨기던 범인이 이때 처음 얼굴을 들킨 거예요.
흑사병 3차 대유행은 유럽에도 상륙했어요. 1899년부터 항구 도시에 환자가 들어왔다가, 위생이 좋아지면서 1940년대에 자취를 감췄어요.³⁾ 유럽 입장에서는 '끝난 병'이 된 거죠.
하지만 3차 대유행은 문을 닫은 게 아니라 불길이 잦아든 상태에 가까워요. 산불은 꺼졌어도 불씨가 초원과 숲 곳곳에 남아,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수백 명이 나와요.¹⁾
연구가 말하는 진짜 모습, 쥐만 범인이 아니었다
"흑사병은 쥐 탓"이라는 공식도 절반만 맞아요. 흑사병 쥐 벼룩 전파는 지금도 가장 흔한 경로지만, 14세기 유럽은 사정이 달랐을 수 있어요.
2018년 연구팀이 유럽 9개 유행의 사망자 곡선을 분석했더니, 쥐가 옮겼다는 모델보다 사람 몸의 벼룩과 이가 옮겼다는 모델이 더 잘 맞았어요.²⁾ 씻기 어려운 겨울, 한 방에 여럿이 붙어 자던 시절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예요.

| 지역 | 페스트 발생 국가와 특징 |
|---|---|
| 아프리카 | 마다가스카르(세계 최다),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탄자니아 |
| 아메리카 | 페루, 볼리비아, 미국 서부(해마다 소수) |
| 아시아 | 몽골, 중국,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
| 유럽·오세아니아 | 수십 년째 자체 발생 보고 없음 |
흑사병 3차 대유행의 불씨는 지금도 남아 있어요. 2010~2015년 환자의 92%가 마다가스카르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왔고, 중세에는 쥐뿐 아니라 사람 벼룩과 이도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있어요. 최신 현황은 WHO 페스트 팩트시트에서 볼 수 있어요.
그럼 우리는 뭘 알면 될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흑사병에 딱 맞아요. 1994년 인도에서는 30년 가까이 잠잠하던 페스트가 폐페스트 유행으로 다시 터졌고,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처음으로 환자가 보고됐어요.

흑사병 지금도 발생한다는 말이 무섭게 들려도, 지금의 페스트는 중세와 결말이 달라요. 항생제로 치료되는 병이라, 일찍 찾기만 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어요.
여행자라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페스트 발생 국가의 시골과 초원에서는 설치류와 거리를 두고, 다녀와서 일주일 안에 열이 나면 1339에 여행지부터 알리는 거예요.
💡 현지에서 지킬 수칙이 궁금하다면 → 몽골 초원 캠핑 간다면? 페스트 막는 5가지 수칙 보기
마무리, 역사책이 아니라 지도 위의 병
- 흑사병은 14세기에 끝난 병이 아니라, 3차 대유행의 불씨가 지금도 남아 있는 병이에요.
- 환자가 나오는 곳은 정해져 있어서, 페스트 발생 국가를 알면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대비로 바뀌어요.
- 중세와 지금을 가르는 건 균이 아니라 항생제와 빠른 진단이에요.
결국 흑사병을 '역사 속 병'이 아니라 '지도 위의 병'으로 보는 시선이 핵심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흑사병이 다시 전 세계 대유행이 될 수 있나요?
A. 항생제와 감시 체계 덕분에 중세 같은 대유행 가능성은 낮아요. 대신 2017년 마다가스카르처럼 도시에서 폐페스트가 번지는 국지 유행은 지금도 일어나요.
Q. 미국에서도 흑사병 환자가 나오나요?
A. 네, 서부 지역에서 해마다 몇 명씩 나와요. 대부분 야생 다람쥐나 프레리도그 같은 설치류와의 접촉이 원인이에요.
Q. 우리나라 도시 쥐도 페스트균을 갖고 있나요?
A. 국내에서는 페스트 자연 발생지가 확인된 적이 없어요. 도시 쥐는 다른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위생 관리만 잘하면 충분해요.
참고문헌
1) Barbieri R, Signoli M, Chevé D, et al. (2020). Yersinia pestis: the Natural History of Plague.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 PMID: 33298527. DOI: https://doi.org/10.1128/CMR.00044-19
2) Dean KR, Krauer F, Walløe L, et al. (2018). Human ectoparasites and the spread of plague in Europe during the Second Pandemic.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SA. PMID: 29339508. DOI: https://doi.org/10.1073/pnas.1715640115
3) Bramanti B, Dean KR, Walløe L, Chr Stenseth N. (2019). The Third Plague Pandemic in Europ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PMID: 30991930. DOI: https://doi.org/10.1098/rspb.2018.2429
참고 사이트: WHO 페스트 팩트시트 · 질병관리청 · 국가건강정보포털
* 이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 상담을 기준으로 해 주세요. 발생 통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1편 흑사병이 뉴스에? 역사책 속 페스트, 지금도 있는 병일까
2편 벼룩 물린 뒤 고열? 림프절 페스트와 폐페스트 가르는 4가지
3편 몽골 초원 캠핑 간다면? 페스트 막는 5가지 수칙
4편 흑사병은 중세에 끝났다? 지금도 매년 환자 나오는 이유
'오늘 정보 어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몽골 초원 캠핑 간다면? 페스트 막는 5가지 수칙 (0) | 2026.10.08 |
|---|---|
| 벼룩 물린 뒤 고열? 림프절 페스트와 폐페스트 가르는 4가지 (0) | 2026.10.07 |
| 흑사병이 뉴스에? 역사책 속 페스트, 지금도 있는 병일까 (0) | 2026.10.06 |
| 65세 이상 독감이 폐렴으로 번지는 신호와 폐렴구균 접종 (0) | 2026.10.05 |
| 타미플루 48시간 지나면 늦을까? 복용 시기·소아 부작용 (0) | 2026.10.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