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봉지를 펼쳐 보면 보이는 것
명절에 부모님 댁 식탁 위 약봉지를 펼쳐 보면 깜짝 놀라요. 내과 약, 정형외과 약, 한의원 약에 영양제까지 하루 열 알이 훌쩍 넘어요. 그런데 이 중 무엇이 왜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집에 아무도 없죠.
이런 집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하루 10가지 이상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가 143만 명으로 5년 새 54% 늘었고, 85세 이상은 2배 넘게 늘었어요. 부모님이 요즘 부쩍 어지러워하신다면 약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조합부터 의심해 볼 차례예요.
국내 65세 이상 300만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하루 5가지 이상 약을 먹는 사람이 절반 가까이였고, 이들은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높았어요¹⁾. 약 하나하나는 좋은 약이어도, 모이면 다른 얼굴을 보여요.

정리 전에 준비할 것
첫 단계는 집에 있는 약을 전부 한자리에 모으는 거예요. 큰 지퍼백이나 장바구니 하나에 쓸어 담으면 돼요. 약국에서는 이걸 '브라운백'이라고 부를 만큼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모으다 보면 유통기한 지난 약이나 몇 년 전에 끝난 처방약이 꼭 나와요. 이런 약은 따로 빼서 약국이나 보건소의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면 돼요.
☐ 병원별 처방약과 남은 약
☐ 영양제·한약·건강즙
☐ 수면유도제·감기약 같은 약국 약
☐ 안약·파스·연고

부모님 약 정리 5단계
약을 다 모았다면 이제 순서대로 보면 돼요.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오늘은 1~2단계만 해도 충분해요.
- 같은 성분 두 번 찾기: 병원이 다르면 이름만 다른 같은 약이 겹쳐 나와요. 약봉지에 적힌 성분명을 나란히 적어 보세요.
- 같이 먹으면 탈 나는 조합 확인: 아래 표의 조합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 언제부터 왜 먹는지 적기: 약 이름, 용량, 처방 병원, 시작한 때를 한 장에 정리해요.
- 단골 약국 한 곳으로 모으기: 한 약국에서 받으면 약사가 처방 이력을 이어서 볼 수 있어요.
- 바꾸고 싶으면 의사와 상의: 정리한 목록을 들고 가서 줄일 수 있는 약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 겹치는 조합 | 생길 수 있는 문제 |
|---|---|
| 수면제·신경안정제 + 감기약·알레르기약 | 졸림과 어지럼이 겹쳐 밤에 화장실 가다 넘어짐 |
| 아스피린·항응고제 + 진통소염제 | 위출혈, 쉽게 드는 멍 |
| 종합감기약 + 해열진통제 | 아세트아미노펜이 겹쳐 하루 최대량 초과, 간 부담 |
| 여러 병원에서 받은 혈압약 | 혈압이 너무 떨어져 일어설 때 핑 돎 |
표 첫 줄이 특히 중요해요. 약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 낙상 위험이 1.75배 높아지고²⁾, 신경안정제 계열은 하나만으로도 1.42배였어요³⁾. 노인 약 많이 먹을 때 생기는 어지럼증은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쉬워서 더 위험해요. 혈압약이 겹친다면 아침 혈압 정확히 재는 5단계로 일주일만 기록해 가세요.
겹쳐 보이는 약이라도 집에서 마음대로 빼거나 끊지 마세요. 혈압약, 항응고제, 신경안정제는 갑자기 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줄이는 건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함께 정해요.

약사가 집으로 와 주는 방법
혼자 정리하기 벅차다면 건강보험공단의 다제약물 관리사업이 있어요.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하나 이상 있고, 최근 6개월 동안 60일 넘게 10가지 이상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대상이에요. 약사가 집이나 병원에서 약을 하나하나 같이 봐 주고, 결과를 의사에게 전달해요.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받은 사람들은 응급실 이용이 줄었다는 결과도 나와서, 국회에서도 본사업으로 넓히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아쉬운 건 아직 시범사업이라 지역과 병원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대상자 중 이용하는 사람이 0.8%밖에 안 돼요. 부모님이 대상인지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1577-1000)에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마무리: 약봉지는 부모님 건강의 지도예요
- 약 개수가 늘수록 입원과 낙상 위험도 함께 올라가서, 약봉지 자체가 하나의 건강 신호예요.
-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조합은 대부분 병원이 여러 곳일 때 생겨서,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게 가장 큰 해결책이에요.
- 줄이는 결정은 의사가, 찾아내는 일은 가족이 할 때 가장 안전해요.
부모님 약봉지, 마지막으로 펼쳐 본 게 언제인가요? 결국 부모님 약 정리는 한 봉투에 모으고 한 약국에 맡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양제도 약 개수에 넣어야 하나요?
A. 넣어야 해요. 오메가3나 은행잎 제품처럼 피를 묽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어서, 정리할 때는 영양제까지 전부 목록에 적어 가세요.
Q. 병원마다 같은 약을 주면 어떻게 하나요?
A. 다음 진료 때 다른 병원 약봉지를 그대로 들고 가서 보여 주세요. 의사가 직접 보면 겹치는 약을 바로 정리해 줘요.
Q. 약을 줄이면 병이 나빠지지 않나요?
A. 의사가 상태를 보며 하나씩 줄이면 오히려 어지럼증이나 소화불량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줄인 뒤 2~4주는 혈압과 컨디션을 적어 두면 다음 진료가 수월해요.
참고문헌
1) Chang TI, Park H, Kim DW, et al. (2020). Polypharmacy, hospitalization, and mortality risk: a nationwide cohort study. Scientific Reports. PMID: 33144598. DOI: 10.1038/s41598-020-75888-8
2) Seppala LJ, van de Glind EMM, Daams JG, et al. (2018). Fall-Risk-Increasing Drug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II. Other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PMID: 29402646. DOI: 10.1016/j.jamda.2017.12.099
3) Seppala LJ, Wermelink AMAT, de Vries M, et al. (2018). Fall-Risk-Increasing Drug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I. Psychotropic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PMID: 29402652. DOI: 10.1016/j.jamda.2017.12.098
참고 사이트: 국민건강보험공단 · 약학정보원 · 식품의약품안전처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로, 약의 변경이나 중단은 반드시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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